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편리함 뒤에 숨겨진 논란과 실질적 영향

법무법인 CNE

2024-12-06

지난 10월 25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보험업법 개정안)이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2025년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해 편리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 법안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법 시행에 강력히 반대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본 뉴스레터에서는 개정법의 진짜 목적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불편한 진실

개정법의 발단은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를 권고하였고, 이후 매 국회 회기마다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에서 시작합니다.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지만, 청구 절차가 다소 복잡하다보니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이유는 번거로움이 아닙니다.

2018년 보험연구원이 펴낸 「실손의료보험금 미청구 실태 및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이유로 ‘청구의 번거로움’을 꼽은 가입자는 5.4%에 불과했습니다. 대다수는 ‘청구 금액이 소액이어서’ 청구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90.6%). 이미 많은 보험사 앱과 키오스크, 민간 핀테크 서비스를 통해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기에 청구하는 것이 간편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보험사는 이 법안을 강하게 밀어붙였을까요?

숨겨진 의도: 언더라이팅 간소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의 실질적 목적은 보험사의 ‘언더라이팅(위험 평가)’ 절차를 단순화하려는 데 있습니다. 보험사는 가입자의 진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입 여부를 결정하고, 보장 범위 축소나 보험료 인상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등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은 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보험료가 대폭 인상될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개정법에 따르면 환자의 진료 정보는 전자적 형태로 보험사에 쉽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 보험사의 데이터 수집 및 공유로 인한 가입 제한 강화

2. 보험료 인상 및 보험금 지급 거절

3.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통제

보험사는 청구 데이터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보험신용정보통합조회시스템(ICIS)을 통해 보험사 간 데이터가 공유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쉽게 믿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반발

금융위원회는 개정법에 전송대행기관이 축적된 정보의 목적 이외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주장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가명화하여 활용하거나 결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개정법이 보험사의 이익만을 위한 법률이라고 비판하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 12. 7.자 금융위원회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보도자료에서 “국민의 편의 제고와 의료비 경감을 목표로 적극 논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목표가 결국은 국민의 보험금 청구의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 아닌 의료비 경감을 통해 실손보험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며, 법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좋은 법률은 국민이 그 필요성과 형평성을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은 국민 편의성 증대를 빌미로 보험사의 언더라이팅 과정을 간소화하고 의료기관 및 가입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정법이 의료기관, 환자, 보험사 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추가적인 논의와 보완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권익을 지키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 법무법인 CNE의 뉴스레터는 일반적인 정보제공만을 목적으로 발행되므로, 이에 수록된 내용은 법무법인 CNE의 공식적인 견해나 구체적인 사안에 관한 법률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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